웨이퍼 증설 뒤에 숨는 후공정의 실제 지연 요인
웨이퍼 생산량이 늘어나더라도 인터포저, 패키징, 수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출 인식이 곧바로 지연된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국면에서는 전공정 능력보다 첨단패키징과 검사 능력이 최종 출하량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여러 개의 칩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하는 고도화된 제품 구조에서는 후공정 단계에서 단 한 개의 불량이 발생하더라도 그 내부의 정상 칩까지 모두 폐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완성 단계에 가까운 공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앞선 공정의 손실보다 훨씬 뼈아프게 작용한다.
검사 공정 자체도 심각한 병목 현상을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고대역폭 제품의 경우 요구되는 검사 항목이 기존 제품에 비해 대폭 늘어나면서 칩당 소요되는 검사 시간이 길어졌으며, 현장에 배치된 검사 장비의 총대수가 전체 처리량의 물리적 상한선을 결정하게 된다. 협력사들이 생산 능력을 키우려 할 때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제약은 긴 장비 납기와 까다로운 고객 인증 절차다. 주문에서 실제 공장 반입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사업 계획 전반을 구속하는 실질적인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며, 고객 인증은 제품마다 개별적으로 진행되어 이전 세대 제품에서 승인을 받았더라도 다음 세대 제품에 자동으로 승계되지 않는다.